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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그린 이 그림 어디다 둘까?”
아이가 종이에 그린 그림을 들고 와서 묻는 순간,
그림 한 장이 가족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어요.
보통은 냉장고 문에 마그넷으로 붙이거나,
잠깐 감탄하고 서랍에 넣어두곤 했는데,
그날은 왠지 다르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말했죠.
“우리 그림 모아서 전시회 열어볼까?”
처음엔 다들 웃었지만,
그 말 한마디가 우리 집 거실을 미술관으로 바꾸는 시작이 되었어요.
시작은 아주 소소했지만
아이 그림 한 장으로 시작된 전시회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커졌어요.
엄마는 예전에 수채화 수업에서 그렸던 꽃 그림을 꺼냈고,
아빠는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인쇄해서 “사진도 미술이지!”라며 참여했고요.
저는 예전에 낙서처럼 그렸던 펜 드로잉 몇 장을 꺼냈어요.
“각자 3점씩 출품하자!”
“제목도 정하고, 설명도 붙이자!”
회의가 열리고, 거실 벽은 갤러리로 변신하기 시작했죠. 😄
그림 하나에 담긴 이야기들
전시회 준비를 하면서
그림마다 제목을 붙이고 설명을 달았어요.
아이는 바다를 그린 그림에
<상상 속 섬>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이 섬은 하늘이랑 가까워서 날마다 별똥별이 떨어져요.”
이런 귀여운 설명을 적었죠.
엄마는 꽃 그림에
<사계절 중 가장 짧은 봄>이라는 제목을 붙이며
“이 꽃을 그릴 때, 네가 처음 엄마라고 불러줬어.”
그 한 줄 설명을 읽고 가족 모두가 뭉클해졌어요.
아빠는 사진 아래에
<흔들렸지만 아름다웠던 순간>
이렇게 제목을 붙이며
“그때는 초점은 안 맞았지만, 마음은 선명했거든.”
라며 웃으셨죠.
이렇게 그림 하나하나에
그림보다 더 깊은 ‘가족의 이야기’가 담기기 시작했어요.
전시회 오픈 날, 작은 팜플렛까지
전시회 날은 주말 저녁으로 정했어요.
각자 조금씩 분장도 했어요.
아이는 모자 쓰고 ‘작가님 모드’,
엄마는 블라우스 입고 ‘갤러리 큐레이터’ 느낌.
입구에는 손글씨로 쓴
“우리 가족 미술 전시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팻말을 세워뒀고,
간단한 팜플렛까지 만들었어요.
작품 목록, 작가 소개, 감상 포인트까지.
정말 소소한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웃음은 꽤 크더라고요.
그리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각 작품을 소개했어요.
“이건 제가 유치원 때 그린 건데요…”
“이 사진은 여름휴가 때 찍은 거예요.”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예술가가 되고,
모두가 관람객이 되는 시간이었죠.
전시회는 끝났지만, 감동은 계속
전시회가 끝난 후에도
우리는 그림들을 한동안 거실 벽에 걸어두었어요.
가끔 소파에 앉아 그림을 바라보며
그날 이야기를 다시 꺼내곤 했죠.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함께 전시하고 서로 감상한 그 시간이
가족에게 진짜 예술이 무엇인지 알려준 시간이었어요.
우리도 해볼까?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도
“우리 가족도 전시회 열 수 있을까?” 고민된다면,
정답은 “당연하죠!”예요.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고,
갤러리처럼 멋진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스케치북에 그린 낙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심지어 엄마가 쓴 손편지까지
가족의 마음이 담긴 모든 게 작품이 될 수 있어요.
작은 테이블 위, 벽 한 켠,
혹은 냉장고 문이라도 좋아요.
그 위에 가족의 감정과 추억이 담긴 ‘작품’을 올려보세요.
그걸 바라보며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이
진짜 미술관의 분위기를 만들어 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