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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부엌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평소 같으면 내가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을 텐데,
    오늘은 아이가 먼저 냉장고 문을 열고 있었다.

    "엄마, 오늘은 내가 요리할래!"

    나는 멈칫했다.
    "괜찮을까?"
    기름이 튈 수도 있고,
    부엌이 엉망이 될 수도 있고…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이의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네가 주방장!"
    "엄마랑 아빠는 너의 보조 셰프야."

    그렇게, 우리 집 작은 요리 교실이 열렸다.


    처음엔 뭘 만들지 고민했다.
    "뭐부터 할래?"
    아이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토스트랑 계란후라이!"

    좋은 선택이었다.
    나도 어릴 때 처음 해 본 요리가 계란후라이였으니까.
    달걀을 꺼내자 아이는 신나서 작은 손으로 깨트렸다.

    툭.

    노른자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아이가 먼저 깔깔 웃었다.

    "엄마, 나 망했어!"

    "괜찮아! 요리는 원래 그런 거야."

    다시 시도한 두 번째 계란은
    프라이팬 위에서 예쁘게 익어갔다.


    토스트 위에는 뭘 올릴까?
    냉장고를 열어 보니 치즈, 바나나, 딸기잼이 보였다.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해 봤다.

    "난 바나나를 올릴래!"

    그 손으로 조심조심 바나나를 썰기 시작했다.
    어설펐지만, 정말 열심이었다.
    나는 도와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지켜봤다.

    완성된 토스트를 보며 아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 이거 진짜 예쁘지 않아?"

    "응, 근데 맛은 어떨까?"

    아이와 나는 나란히 앉아
    직접 만든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


    먹으면서도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엄마, 왜 버터를 바르면 빵이 더 맛있어?"
    "아빠, 소금이랑 설탕이 어떻게 달라?"

    나는 하나씩 설명해 줬다.
    때로는 직접 먹어보게도 했다.
    레몬을 한 조각 잘라 건네자 아이가 눈을 찌푸렸다.

    "으악, 엄청 셔!"

    "맞아. 근데 이 신맛이 음식에 들어가면 맛을 더 살려줘."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배우는 과정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완성된 토스트와 계란후라이를 접시에 담았다.
    아이가 자기가 만든 음식을 보며 싱긋 웃었다.

    "엄마, 우리 레스토랑처럼 꾸며볼까?"

    그래서 우리는 접시에 소스를 뿌려 보고,
    바나나 조각을 꽃 모양으로 올려 보기도 했다.

    작은 디테일 하나에도
    아이의 창의력이 반짝였다.

    "이제 진짜 완성!"
    아이의 목소리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아침 식탁에 앉았다.
    오늘은 내가 만든 게 아니었다.
    내가 요리한 날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엄마, 어때? 맛있어?"

    나는 천천히 씹어 보았다.
    사실 계란후라이는 조금 짰고,
    토스트 위 바나나는 한쪽으로 몰려 있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나중에 또 만들래!"

    그렇게 우리는
    요리하는 즐거움을 함께 배워 가고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함께하는 순간"

    조금 서툴러도, 직접 해볼 기회를 주기
    아이의 호기심을 존중하며 요리를 놀이처럼 즐기기
    완벽한 요리가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다음엔 뭘 만들까?"
    아이가 또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셰프님, 다음엔 파스타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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