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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아이와 대화가 예전 같지 않다.
    "학교에서 뭐 했어?"
    "그냥."
    "밥은?"
    "먹었어."

    한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지만,
    매일 이런 식이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도 재잘재잘 말하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아끼고, 대화를 피하는 느낌이 든다.

    핸드폰을 보면서 대충 대답하고,
    질문을 해도 "몰라"라고 넘길 때,
    괜히 서운하기도 하고,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건 우리 집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다들 이런 시기를 겪는 걸까?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 아이는 왜 대화를 피할까?

    한 번은 아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길래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어봤다.

    그런데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나는 "그럴 땐 이렇게 하면 되지!" 하고 말을 끊어버렸다.

    그랬더니 아이가 갑자기
    "엄마는 내 말을 안 듣고 자기 말만 하잖아!"
    라고 화를 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나는 분명 아이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내 말을 안 듣는다’고 느낀 거였다.

    나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도 않았고,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보다
    "해결 방법"을 먼저 제시하려고 했던 거다.

    이후로 가만히 생각해 보니,
    평소에도 아이가 말을 하면
    "그렇게 하면 안 돼."
    "왜 그렇게 했어?"
    "그럴 줄 알았어."
    이런 말들을 먼저 했던 것 같다.

    아이가 점점 대화를 피했던 이유,
    어쩌면 "엄마는 내 말을 안 들어"라는 답답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공부는 했어?" 대신 "오늘 기분 어땠어?"

    내가 매일같이 하던 말들이 있다.
    "숙제했어?"
    "공부는?"
    "시험 준비는 잘 돼 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오늘 기분은 어때?"
    이 질문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어느 날 문득,
    공부 이야기 대신
    "오늘 기분은 어땠어?"라고 물어봤다.

    처음엔 "몰라." "그냥."
    이런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오늘 체육시간에 친구랑 뛰었는데 너무 힘들었어."
    "쉬는 시간에 재밌는 얘기했어!"
    이렇게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내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성적이나 숙제 대신
    "하루가 어땠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니
    조금씩 더 편하게 대답하는 것 같았다.

    대화의 시작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엄마, 나도 속상해." – 공감이 먼저다

    시험을 망쳤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예전 같았으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어야지!"
    라고 했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는
    "속상했겠다."
    이 말부터 꺼냈다.

    그러자 아이가 갑자기
    "엄마, 나 진짜 열심히 했는데 점수가 안 나왔어.
    너무 억울해."

    이렇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이는 이미 스스로 노력 부족을 알고 있었고,
    엄마한테 혼날 걸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더 노력해야지" 대신
    "속상했겠다"라고 하니까
    처음으로 자기 감정을 표현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내 조언이 아니라, 먼저 공감해 주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도 어릴 때 그랬어?" – 공감이 대화를 만든다

    아이들은 자기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내 이야기를 해준다.
    "엄마도 어릴 때 시험 망친 적 많아."
    "아빠도 친구랑 싸운 적 있어."

    그랬더니 아이가 갑자기
    "엄마는 그때 어떻게 했어?"
    하고 물어봤다.

    이제야 대화가 시작된 느낌이었다.

    사실, 부모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그때의 감정을 다 잊고,
    아이들에게 무조건 "어른의 방식"을 강요한다.

    내가 아이였을 때,
    나도 부모님이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했던 적이 있지 않나?

    그걸 떠올려 보면
    아이의 마음이 조금 더 이해된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 작은 변화가 관계를 바꾼다

    요즘 나는 숙제나 성적 얘기보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 말을 먼저 하려고 한다.

    ✔ "오늘 가장 재밌었던 일은 뭐야?"
    ✔ "오늘 기분 좋았던 순간은?"
    ✔ "오늘 제일 속상했던 건?"

    이렇게 물어보면
    아이는 점점 더 말을 하게 된다.

    사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는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이런 작은 습관에서 달라지는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아이를 이해하고 싶어"라는
    부모의 마음 아닐까?

    오늘은 숙제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어주는 날로
    정해 보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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